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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에 백신 3차 접종까지 했단 얘기를 했고,
자택 격리 대신 학교 지정 호텔에서 격리하게 됐습니다.
1, 2차 접종 또는 미접종자가 단순하게 7일간 시설 격리인 걸 알았다면,
접종 증명서 제출 안 하고 시설 격리했을 것 같습니다.

지난번에도 말했듯이, 이 호텔은 내 돈 내고 절대 묵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.
차라리 시설 격리로 이 호텔에 왔다면 어떻게든 이해하고 넘겼을지도?

화장실 문 앞에서 본 방 전체 모습

일본 호텔 좁은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라, 방이랑 화장실 작은 건 놀랍지도 않다.
( 딴 얘기긴 하지만, 배정받은 기숙사 화장실도 이 크기던데, 이건 조금 심각한 거 같기도 하다. 🥺 )

근데, 바닥은 전혀 청소되어 있지 않았고, 바닥 몰딩 위에는 먼지가 빠짐없이 쌓여 있었다.
당연히 세팅된 침구류도 마찬가지였다. 과연 새것일까, 소독은 했을까.
무엇보다 체크인 시 받은 안내문에는 여분의 수건과 시트가 침대 머리맡에 있을 거라고 했는데,
내가 눈뜬장님인가. 여분의 수건과 시트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.

어제 입국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이동과 긴 대기 시간 때문에 땀에 조금 절은 상태라,
지저분한 방은 일단 씻고 생각해보지 싶어서 씻으러 화장실에 갔는데, 화장실도 가관이었다.
좁고 낮은 건 둘째치고, 곰팡인지 먼진지 알 수 없는 얼룩이 벽이랑 욕조에 난리가 났다.
세면대도, 변기도 너무 찝찝해서 결국 화장실 전체를 뜨거운 물 뿌려 가며 청소했다.
근데, 계속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길래 전기포트도 소독할 겸 여러 번 물을 끓여서
욕조, 세면대 등 배수구란 배수구에는 두세 번씩 물을 부었다. 그랬더니 조금 나아지더라.

이쯤 되면 호텔이 나한테 돈 줘야 하는 거 아닌가?
밥값이라도 빼주던가!

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, 이제 시작이다.

방바닥은 어떻게 다 닦을 수가 없어서, 방에 있던 슬리퍼를 소독했다.
중간에 잠깐 맨발로 다녔는데, 발바닥 새까매진 걸 보고 슬리퍼 절대 안 벗기로 마음먹었다.
바닥 몰딩 포함해서 일단 눈에 보이는 먼지는 닦아내긴 했는데, 닦으면서도 어이가 없더라.
도대체 내가 왜 내 돈 내고 묵는 호텔을 청소하고 있는지?

문제는 침구륜데, 페브리즈 가져온 게 진짜 신의 한 수였다.
설마 필요할까 싶어서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, 안 가져왔으면 짐 싸서 다른 호텔 갔을지도.

여기에 화룡점정은 공기청정기랑 위에 달린 냉난방기다.
공기청정기에 먼지 쌓여 있고, 너무 지저분해서 이게 과연 본 기능은 제대로 하는 걸까 싶었다.
아니나 다를까, 파워 모드로 켜니까 뒤쪽에서 돌멩이 같은 거 튀어나오고, 앞쪽에선 남의 손톱 튀어나오더라.
그렇게 공기청정기도 내가 닦았다. 이거라도 틀어야 내 기관지가 무사할 거 같았다.
왜냐하면 냉난방기 날개에 곰팡이 같은 검정 얼룩이 있었고, 차마 그 안쪽까지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.
그래서 공기청정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는데, 부질없었다.

밤에 쌀쌀해서 어쩔 수 없이 난방을 틀었고, 공기청정기도 계속 틀고 잤다.
혹시 건조할까 봐 수건도 적셔서 난방기 근처에 걸어뒀다.
근데, 다음 날 아침에 목이 너무 아프더라. 숨 쉬는 것도 조금 불편하고.
코로나 때문에 격리 중인데, 이러다간 코로나가 아니라 다른 폐병에 걸릴 거 같아서 바로 마스크 꺼내 썼다.

이런 방을 내 의지가 아니라, 반강제로 돈을 내고 묵어야 한다는 게 몹시 화가 난다.
농담이 아니라, 지금까지 살면서 묵었던 숙소 중에 정말 최악이다.
싸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도, 모텔 개조해서 펜션이라고 우기던 곳도 이 정도로 더럽진 않았다.
게다가 일본에서 묵었던 숙소들은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, 특히 오래된 곳도 깨끗해서 더 그러했다.
그래서 그런지 일본에 이 정도로 더럽고, 관리가 안 되는 호텔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.
이런 방을 내 돈 내고 묵고 있다는 게 제일 말이 안 되지만.

격리 1일 차 - 아침

전날 그 피곤한 상태에서도 방 컨디션 때문에 극히 분노했는데,
아침에 크림빵 달랑 하나 준 거 보고 또 서운함. 우유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.

이런 상태에서 다시 기름을 부은 게 바로 쓰레기통 상태다.
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, 비위 약하신 분은 스크롤 쭉 내리시길.

격리 안내문에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묶어서 문밖에 놔달라고 해서 비닐을 뺐더니,
쓰레기통 상태가 이 모양이었다. 정체 모를 액체에 말라비틀어진 이물질까지.
이렇게 지저분한 호텔 쓰레기통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.
나 회사 다닐 때 회사 쓰레기통도 이 정도로 지저분하지 않았다.

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재활용 버리는 쓰레기통의 비닐도 걷어 봤는데, 역시나.

정체 모를 이물질로 매우 지저분한 상태

화장실 쓰레기통은 무서워서 체크아웃할 때까지 그대로 두려고 한다.
진짜 이 양파 같은 호텔을 어떡하면 좋을까. 이젠 화도 안 난다. 너무 어이가 없어서.

내가 있는 곳이 일본이 맞나. 여기 일본에 있는 호텔이 맞아?

격리 1일 차 - 점심

쓰레기통 상태 보기 전이라, 나름 기분 좋게 먹었던 점심 도시락.
완자 튀김? 같았는데, 나쁘지 않았다.

격리 1일 차 - 저녁

저녁 6시 조금 넘어서 다시 만난 닭. 어제는 튀김이고 오늘은 구이? 조림? 같았다.
실곤약이 은근 별미였다.

어제는 몰랐는데, 오늘 낮에 느낀 게 방음이 정말 안 된다.
쓰레기통 상태도 어이가 없는데, 복도에서 하우스키퍼들이 문 두들기면서 빈방 확인하는 소리에 몇 번 놀라고,
청소기를 돌리는 소리에 새삼 놀라고, 빠르게 청소 끝내고 사라지는 그분들도 신기했다.
그런데 쓰레기를 가져갔으면 쓰레기 담을 봉지는 주고 가야지, 그냥 가면 어떡합니까. 😭

내일 수건이랑 봉지 가져다 달라고 전화해야 하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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