소소한 일기장/22.04~23.06 일본유학

[OSAKA LIFE] D+5 첫 독립! 재류 카드 주소 등록, NITORI 쇼핑, LIFE 장보기 그리고 끝없는 청소

융씨 2022. 4. 5. 21:22
728x90

오늘 드디어 긴 호텔 생활을 끝내는 날!
일본 입국하기 전 한국에서부터 일본 들어와서 계속 짐 싸서 움직이다가
최소 3개월은 정착할 곳으로 간다는 게 이렇게 들뜰 줄이야.
연식이 꽤 된 건물이라 걱정되긴 하는데, 바 선생만 없으면 된다.

호텔 5일 차 - 아침

퍼석하니 목메던 고구마파이도, 마지막이니까.
먼지 가득했던 호텔 안녕!

10시에 로비에서 담당자분 만나서 기숙사까지 걸어서 이동했다.
지도로 봤을 때 많이 멀지 않은 건 알고 있었는데, 도보로 이동할만한 거리였다.
근데, 설마 했지만, 설마가 맞았다.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인 게 맞았다.
큰 캐리어가 아마 30kg가 넘을 텐데, 같이 들면 불편하다고 혼자 들어다 올려주셨다.
( 짐을 줄인다고 줄였는데, 무게까진 어떻게 안 되던... 죄송합니다. 😭 )
그 뒤를 다른 캐리어랑 잔짐을 들고 쫓아 올라가는데,
계단이 좁다 그래야 하나, 자연스럽게 팔자걸음으로 오르게 되는 그런 좁고 높은 계단이었다.
문 열고 들어간 방은 음,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.

개인적인 짐도 있고, 하자인 듯 하자 아닌 그런 하자 같은 부분도 있어서,
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집들이인 듯 집들이 아닌 그런 느낌으로 기숙사는 따로 정리해보려고 한다.

담당자분께서 기숙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려주시고 가셨고,
본격적으로 방을 보는데, 농담이 아니고 한숨부터 나왔다.
얼핏 보면 생각보다 깨끗한 거 같은데,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지가 장난 아니었다.
일본은 뭔가 쌓인 먼지에 대한 프라이드? 그런 게 있는 걸까.

그나마 희망적인 건, 이전에 있던 호텔보단 깨끗했다. 아마도.


오전부터 움직였더니,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지갑 챙겨서 구약소(区役所)부터 갔다.
시간 잘못 맞춰가면 대기만 몇 시간씩 하는 거로 워낙 악명이 높아서...
아니나 다를까, 이날도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.
그리고 도장, 여권, 재류 카드 챙겨서 가라고 했던 거 같은데, 재류 카드 하나만 필요했다.

나니와구(浪速区)는 2층 22번 창구에서 주소 등록을 할 수 있는데,
2층에 올라가서 안내해 주시는 분한테 재류 카드 주소 등록하러 왔다고 말하면,
한국어로 된 서류 작성 안내문과 작성해야 할 서류를 챙겨주신다.
서류 작성을 마치면 그때 번호표를 뽑아 주시는데, 번호 호출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.

차례가 되면 작성한 서류랑 재류 카드 보면서 몇 가지 확인하는데,
우편 번호나 주소가 정확한지, 건물 이름은 뭔지, 번호는 없는지 등이었다.

문제는 주민표였는데, 창구 직원분이 먼저 필요한지 물어봐서 해달라고 했더니,
어떤 정보를 포함해서 주민표를 발급받을 건지 되물어봐서 당황했다.
심 개통에 쓸 거 같은데, 보통 어떤 정보를 포함해서 출력하냐고 하니까,
통신사마다 필요한 정보가 다 다르고, 주민표 발급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.

그래서 주민표는 내가 확인하고, 필요하면 와서 발급하겠다고 하고, 미안하다고 했다.
그리고 하염없이 내 재류 카드를 기다렸다. 한 한 시간 정도? 한 시간이 더 걸렸나?

한참 기다려서 재류 카드를 받고, 바로 니토리로 향했다.
최소 이불은 사야 잘 수 있으니까. 😂
집까지 직접 들고 온 사람이 적지 않아서, 이불 세트랑 딱 필요한 물품만 샀는데,
이불 세트 집까지 들고 오신 분들은 집이 코앞이셨나요? 어떻게 들고 가셨을까, 그저 존경.

딱 3분인가, 골목 하나 벗어나자마자 " 아, 이건 절대 못 들고 간다. " 판단하고, 우버 호출!
기사님이 스팟을 지나쳐서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, 몸이 너무 편해서 진짜 울 뻔했다.

( 니토리에서 쇼핑한 거 사진도 안 찍은 거 보면, 나 진짜 힘들었나 보다... 🥲 )

이불 세트랑 쇼핑한 거 들고 올라와서, 방 청소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,
바닥만 간단하게 청소하고, 집 근처 라이프로 향했다.

라이프(ライフ)

라이프 딱 들어가려는데, 앞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큰 물통을 두 개 딱! 꺼내시길래,
얼굴에 철판 깔고 すみません 하고 물어봤다. 혹시 이거 라이프 물통이냐고, 저 물 받을 수 있는 거냐고.
할머니께서 그렇다고, 물통만 사면 물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!하고 들어갔다.
마음 같아선 나도 3.8L 큰 통으로 사고 싶었지만, 이고 다닐 자신이 없으니까, 매일 라이프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.

그리고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청소하기 시작했다.
먼지를 계속 닦아내고, 걸레질해도 계속 더러운 이 집 아니, 이 방을 어떡하면 좋을까.

냉장고랑 냉장고 밑에는 말해 뭐하나. 진짜 지저분했다.
냉장고도 전원 끄고 성에 포함 전부 닦아내고, 문에 고무 패킹? 그 사이에 온갖 오물들까지 다 닦아냈다.
그리고 주방은 곰팡이는 물론이고 기름때까지 완전히 절어서 총체적 난국이었다.
오늘 가지고 있는 도구로는 청소할 수 없다고 판단, 내일 고무장갑이랑 곰팡이 제거제 사 와야지.

에어컨 겸 히터는 필터가 깨끗해서 오? 했지만, 필터만 깨끗했다.
그 주변은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어서 필터 잠시 빼고 주변 먼지 다 털어냈다.

창틀이 제일 심각한데, 청소할 엄두가 안 난다.
일본도 비 올 때 시원하게 벗겨내야 하나, 이걸 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나.

저녁

부엌, 옷장, 화장실을 제외하고, 정말 방만 청소를 끝내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.
청소하면서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터라, 소바를 사 온 게 신의 한 수였다.
어쩐지 라이프에서 장 볼 때 자꾸 소바에 눈이 가더라니.
면이 뚝뚝 끊기긴 했지만, 먹을 만했다. 그리고 동그란 그릇은 임시로 싱크대 막는 용으로 쓰고 있다.

저녁 먹고 씻으면서 화장실 청소도 강행했는데, 와 진짜,
화장실 벽, 천장 가리지 않고 물 얼룩 그대로 곰팡이가 생겨버린 터라, 이것도 지금은 안 되겠다 싶더라.
세면대 밑에 빨간 건 물때 낀 줄 알았는데, 다른 거에 이염이라도 된 건지 전혀 지워지지 않았고,
화장실 바닥이랑 욕조 바닥 새까만 건 이미 오래전부터 절어온 건지 꿈쩍도 안 했다.
세면대랑 욕조에 따로 거름망 같은 건 없어서 일단 마개로 막으면서 생활하기로 마음먹었고,
하나 있는 배수구는 꺼내서 싹 청소했다. 간단하게 소바 먹길 참 잘했다.

그리고 화장실 청소하면서 방 전등갓도 떼서 시원하게 닦아냈다.
하루살이 사체 잔뜩 있어서, 그늘질 정도면 한 번 청소 좀 하지, 왜 그걸 그대로 뒀을까.

부엌 환기구는 기름이랑 먼지에 절어있고, 화장실 환기구는 먼지 장난 아니던데,
이거 내가 청소해도 되는 부분일까, 너무 궁금하다. 도대체 기숙사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.


오늘 진짜 할 말은 너무 많은데, 힘들어서 더 쓸 정신도 없다.
기숙사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문제 있는 건 내일 OT 때 말해달라고 했는데,
너무 많아서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.
하자인 듯한 건 전부 사진 찍어서 적어뒀고, 궁금한 것도 일단 메모해 두긴 했다.

기숙사긴 하지만, 일단 맨션이니까 사실상 첫 독립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?
첫 독립이 외국이라 마냥 순탄치만은 않지만, 그래도 이제 시작이다!

728x90